1년차와 10년차의 차이는 9년이 아니다

1년차와 10년차의 차이는 9년이 아니다

얼마 전에 지금은 퇴사한 개발자 한 명의 코드를 리뷰할 일이 있었다.

자기소개를 보니까 “개발 경력 7년, SI 프로젝트 다수 참여, PL 경험 있음” 이렇게 써있더라.

그래서 기대했다. 7년차면 나보다 경력도 많고 배울 게 있겠거니.

코드를 열어봤는데.

뭔가 이상했다.

요구사항을 제대로 확인도 안 하고 일단 찍어낸 느낌이었다.

제대로 동작하는지 테스트는 한 건가 싶을 정도로 버그가 그대로 있었고, 엣지 케이스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7년 했으면 이 정도는 당연히 체크하고 넘어가야 하는 거 아닌가?

더 기가 막힌 건 그 다음이었다.

그 사람은 회사 일만으론 부족했는지 유지보수 알바를 받으려고 본인 홈페이지도 만들고 사업자 등록까지 했다고 했다.

근데 의뢰가 한 건도 안 들어온다고 불평하더라.

궁금해서 홈페이지 한번 봤다.

SEO가 하나도 안 되어 있었다.

메타 태그 없음, sitemap.xml 없음, robots.txt도 없음.

구글에 검색해도 당연히 안 나온다.

그냥 HTML만 덩그러니 올려놓고 “왜 일이 안 들어오지?” 하고 있었던 거다.

SI 프로젝트만 7년 하면서 한 번도 웹 기본을 안 배웠던 거다.

그때 생각했다.

나도 저렇게 될 수 있겠구나.

4년차인 나도 지금 멈추면 7년차 됐을 때 저 모습일 수 있다.

경력은 숫자가 아니더라

이 케이스를 보고 주변을 다시 봤다. 비슷한 패턴이 보였다.

“이렇게 해도 문제없었는데 굳이 바꿀 필요 있어요?”

이 말을 자주 하는 선배들이 있다.

문제가 없는 게 아니라 그냥 돌아가고 있을 뿐인데.

새로운 방법을 제안하면 “예전에도 이렇게 했어요”라고 한다.

안정적이어서가 아니라 새로운 걸 배우기 싫은 거 아닐까.

“신입들 요즘 잘하더라”

이 말 자주 듣는다.

근데 신입이 잘하는 게 아니라 그냥 최신 기술을 배우고 온 거다.

React 18, Spring Boot 3, Docker 이런 거.

우리는? 2019년에 배운 거 그대로 쓰고 있다.

그러면서 “요즘 신입들 수준 높네”라고 한다.

수준이 높은 게 아니라 우리가 멈춰있는 거 아닐까.

“바빠서 공부 못해요”

솔직히 바쁜 게 아니다.

퇴근하고 넷플릭스 보고, 유튜브 쇼츠 보고, 게임하고. 나도 그렇다.

시간이 없는 게 아니라 우선순위가 안 되는 거다.

하루 30분만 투자해도 1년이면 182시간이다.

기술 서적 10권은 읽는다.

근데 5년 동안 이 30분을 한 번도 안 썼다면, 그게 지금 실력의 차이가 된다.

“회사에서 안 쓰는 기술 배워봤자”

이게 제일 무섭다.

회사에서 쓰는 기술만 배우면 회사가 레거시 쓸 때 나도 레거시가 된다.

실제로 요즘 이직 공고를 보면 이런 게 많다.

“Spring Boot 3.x 필수” “Kubernetes 경험자 우대” “MSA 아키텍처 경험”

5년차, 6년차인데 이 중에 할 줄 아는 게 하나도 없으면?

시장 가치는 회사가 정하는 게 아니라 시장이 정한다.

그럼 어떻게 되는가

30대 중반이 되면 신입과 비교당한다.

연봉은 5000~6000 요구하는데, 최신 기술은 모른다.

회사 입장에서는 3500 받는 신입이 더 효율적일 수 있다.

“저는 경력이 있어요!”

경력이 오히려 부담이 되는 순간이다.

실제 이직 시장은 냉혹하다

요즘 백엔드 개발자 공고를 보면 이런 기술들을 요구한다.

  • Spring Boot 3.x
  • Kotlin
  • MSA 아키텍처 경험
  • K8s, Docker
  • Redis, Kafka

5년, 6년 했는데 이 중에 제대로 할 줄 아는 게 하나도 없다면?

연봉은 5년차를 달라고 할 텐데, 실력은 3년차만 못한 상황이 된다.

그리고 나이를 핑계로

20대: “지금은 야근 많아서 나중에 할게요”

30대: “결혼하고 애 낳으면 시간 없어요”

40대: “이제 배우기엔 너무 늦었어요”

언제 하려고?

솔직히 20대에 안 했으면 30대는 더 안 한다.

30대에 안 했으면 40대는 더 힘들다.

근데 실제로 40대에 새로운 언어 배우고, 50대에 사이드 프로젝트 하는 사람들도 있다.

안 되는 게 아니라 안 하는 거다.


AI 시대는 더 가혹하다

요즘은 ChatGPT가 코드를 짜준다.

“그럼 개발자 필요 없겠네?”

아니다. 실력 없는 개발자가 필요 없는 거다.

AI 시대에는 이런 능력이 필요하다

  • ChatGPT가 짠 코드를 리뷰하고 개선할 줄 아는 것
  • 비즈니스 로직을 정확하게 전달할 줄 아는 것
  • AI가 짠 코드의 보안 취약점을 찾을 줄 아는 것
  • 아키텍처 설계를 할 줄 아는 것

기초만 있고 응용력 없으면 5년 이상 경력이어도 AI한테 밀린다.

오히려 최신 기술 배우고 ChatGPT 잘 쓰는 2년차가 더 생산적일 수 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

1. 이직 공고 한번 열어보기

지금 원티드나 사람인 열어서 내 연차에 맞는 공고 5개만 봐보자.

요구 기술 스택 보면서 솔직하게 생각해보자. “나 이거 할 줄 아나?”

절반 이상 모르면 위험 신호다.

2. 일주일에 3번, 30분씩만

매일 안 해도 된다. 일주일에 3번만 30분씩.

출퇴근 지하철에서 유튜브 쇼츠 대신 기술 블로그 하나 읽고, 퇴근하고 드라마 대신 강의 한 챕터만 들어보자.

이게 3개월만 모여도 달라진 게 느껴진다.

3. 회사 핑계 대지 말기

“우리 회사는 레거시만 써요”

그럼 퇴근하고 집에서 배우면 된다.

회사는 내 커리어 책임 안 진다. 회사는 내 노동력만 쓴다.

내 커리어는 내가 책임지는 거다.

4. 2~3년마다 이직 공고는 봐야 한다

같은 회사에 너무 오래 있으면 기술 스택이 고착된다.

시장 가치도 모르게 된다.

실제로 이직 안 해도 이직 공고는 봐야 한다.

내가 지금 시장에서 어디쯤 있는지 알아야 한다.


결국엔

“개발 경력 7년입니다” 라고 말할 때 부끄럽지 않으려면,

7년 동안 뭘 했는지 당당하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

“Spring Boot 2에서 3으로 마이그레이션 했어요” “MSA 아키텍처 설계 경험 있어요” “Kafka, Redis 실무에서 써봤어요”

이런 말이 자연스럽게 나와야 한다.

근데 “7년 동안 CRUD 유지보수 했습니다”만 나온다면, 그건 1년 경력을 7번 반복한 거다.


마지막으로

나는 4년차다.

이 글은 선배들한테만 하는 얘기가 아니다. 나한테도 하는 얘기다.

4년차인데 2년차 실력이면 나도 똑같이 망한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배운다. 블로그도 쓴다. 사이드 프로젝트도 한다.

10년차가 됐을 때 “10년 경험”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싶다.

“1년 경험을 10번 반복한 사람”은 되기 싫다.


1년차와 10년차의 차이는 9년이 아니다.

성장한 9년이냐, 반복한 9년이냐의 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