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시간만 일하세요

하루 8시간 중 4시간은 자기개발, 4시간만 업무하는데 왜 더 효율적일까?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느 순간부터 하루 일과를 완전히 바꿨다.
오전 4시간은 자기개발, 오후 4시간은 실제 업무에만 집중한다.
처음에는 “업무 시간이 절반으로 줄면 일이 밀리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있었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오히려 더 빠르고 정확하게 일을 끝낼 수 있었고, 효율성은 눈에 띄게 올라갔다.

이 변화가 어떻게 가능했는지, 그리고 왜 이런 방식이 더 효율적인지 이야기해보고 싶다.

과거의 나: 8시간 내내 일해도 부족했던 시절

2~3년 전만 해도 나는 하루 8시간을 꼬박 일만 하던 개발자였다.
아침에 출근해서 저녁까지 컴퓨터 앞에 앉아있었는데, 이상하게도 업무는 끝나지 않았다.
마감은 밀리고, 야근은 당연한 듯 이어졌다. 주말에도 일을 가져와서 해야 했다.

그때의 나를 생각해보면 정말 안타깝다. 열심히는 했지만, 똑똑하게는 못했다.
같은 버그를 3시간씩 디버깅하고, 비슷한 코드를 반복해서 작성하고, 이미 누군가 해결한 문제를 처음부터 다시 풀려고 했다.

특히 기억나는 건 작년 봄이었다.
새로운 프로젝트에서 처음 도입된 인터페이스 방식을 다뤄야 했다.
매일 밤늦게까지 공식 문서를 읽고 튜토리얼을 따라해봤지만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
몇 주를 밤새 붙잡았지만 결국 포기하고 익숙한 방식으로 되돌아갔다.
그때 확실히 느꼈다.
나는 단순히 시간을 갈아넣는 방식으로는 더 이상 성장할 수 없다는 것을.

변화의 계기: 일을 버리기로 결심한 순간

그런 나에게 전환점이 된 순간이 있었다.
어느 화요일 밤, 유튜브에서 개발자 vlog를 보고 있었다.
어떤 개발자가 “새로운 기술을 배우는 게 재밌다”고 말하는 걸 보면서 문득 생각했다.
“나는 언제부터 새로운 걸 배우는 게 재미없어졌지?”

그날 밤, 집에서 개발 관련 글들을 읽어봤다.
많은 개발자들이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사이드 프로젝트를 만들고,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었다.
그리고 깨달았다.
나는 8시간을 일하고 있었지만, 정작 중요한 일은 못 하고 있었다는 것을.
루틴한 반복 작업에 시간을 쏟아붓느라 진짜 배워야 할 것, 성장에 필요한 것들을 미루고 있었다.

그래서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다.
“정말 모든 일을 다 해야 할까?”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들 중에 정말 중요한 건 몇 개나 될까?”
“이렇게 계속 가면 5년 후에도 똑같은 나일까?”

답은 명확했다. ‘아니다.’
그래서 결심했다. 일부 일은 과감히 버리고, 그 시간을 자기개발에 투자하자고.

새로운 일과: 오전 자기개발, 오후 업무

결심한 다음날부터 일과를 완전히 바꿨다.

오전 4시간: 나만의 성장 시간

오전 8시부터 12시까지는 완전히 내 시간이다.
메신저를 끄고, 이메일 알림도 끄고, 업무 관련해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이 시간에는 오직 배우고, 연습하고, 성장하는 데만 집중한다.

  • 1시간: 새로운 기술 학습
    매일 다른 기술을 배운다. 이번 주는 함수형 프로그래밍, 다음 주는 알고리즘 이런 식으로.
    중요한 건 깊이 있게 배우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기본적인 개념만 익히고 실제로 써본다.

  • 1시간: 코드 리팩토링 연습
    예전에 작성했던 코드들을 다시 보면서 개선점을 찾는다.
    함수를 더 작게 나누고, 변수명을 더 명확하게 바꾸고, 중복 코드를 제거한다.
    이 과정에서 코드 품질에 대한 감각이 생긴다.

  • 1시간: 사이드 프로젝트
    작은 웹앱이든, 유틸리티 스크립트든 상관없다.
    중요한 건 실제로 동작하는 것을 만드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새로운 라이브러리나 도구를 사용하게 되고, 나중에 업무에서도 활용할 수 있다.

  • 1시간: 기술 문서 읽기
    공식 문서, 기술 블로그, 오픈소스 코드를 읽는다.
    특히 내가 사용하고 있는 기술들의 최신 버전 문서를 읽는다.

오후 4시간: 집중 업무 시간

오후 1시부터 5시까지만 실제 업무를 한다.
이 4시간 동안은 오전에 배운 것들을 최대한 활용하려고 노력한다.
방해받지 않는 시간이 확보되니까 깊이 있게 생각할 수 있다.

실제 변화: 3개월의 기록

첫 번째 달: 적응기

처음에는 정말 불안했다. “업무 시간이 절반으로 줄면 일이 밀리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었다.
하지만 오후 4시간만 집중해서 일하니까 오히려 더 효율적이었다.
방해받지 않는 시간이 확보되니까 깊이 있게 생각할 수 있었다.
그리고 놀랍게도 하루 일을 충분히 끝낼 수 있었다.

두 번째 달: 가속기

오전에 배운 것들이 오후 업무에서 점점 더 많이 활용되기 시작했다.
가장 큰 변화는 사고방식이었다. 예전에는 문제가 생기면 바로 코딩을 시작했는데, 이제는 먼저 생각한다.
“이 문제를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비슷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었지?”, “더 간단한 방법은 없을까?”
오전에 코드 리팩토링을 연습하면서 익힌 논리적 사고가 실제 업무에서도 큰 도움이 되었다.
복잡한 비즈니스 로직을 단계별로 분해하고, 각 단계를 명확하게 구현하는 능력이 생겼다.

세 번째 달: 폭발기

이제는 동료들보다 확실히 빠르게 일을 처리한다.
같은 기능을 구현하는데 다른 사람은 하루가 걸리는데 나는 반나절이면 끝낸다.
버그 수정도 훨씬 빠르다. 오전에 연습한 디버깅 기법들이 실제로 도움이 된다.
특히 오전에 연습한 문제 해결 패턴들을 오후에 바로 활용했다.
결과적으로 코딩 속도가 2배 이상 빨라졌고, 실수도 줄어들었다.


내가 얻은 교훈

완벽주의는 버려라

빠르게 만들고, 필요할 때 다듬어라.
처음에는 코드가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일단 동작하게 만드는 것이 우선이다.
그 다음에 리팩토링을 통해 점점 개선해나가면 된다.
완벽한 코드를 한 번에 작성하려고 하면 오히려 더 오래 걸린다.

우선순위는 생존 전략이다

급한 것보다 중요한 것에 집중하라.
“이 일이 내일까지 꼭 끝내야 하나?” “이 기능이 정말 필요한가?”
이런 질문을 계속 던져보면 대부분의 일들이 그렇게 급하지 않다는 걸 알 수 있다.
정말 중요한 일은 몇 개 되지 않는다.

자동화는 최고의 투자다

반복은 기계에 맡기고, 나는 더 중요한 데 시간을 쓰자.
스크립트 작성, 함수 추출, 코드 재사용 같은 것들을 익히는 데 시간을 투자하면
나중에 그 시간의 몇 배를 절약할 수 있다.

집중력이 생산성이다

멀티태스킹은 착각이다. 한 번에 하나씩 완벽하게 하는 것이 진짜 효율이다.
방해받지 않는 시간이 확보되면 깊이 있게 생각할 수 있다.
그리고 깊이 있게 생각할 때만큼 좋은 결과가 나온다.

수학적 귀납법

매일 조금씩 배우는 것이 쌓이면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한다.
오전에 배운 것들이 오후에 바로 활용되고, 다음날은 더 발전된 모습으로 시작한다.
이것이 바로 수학적 귀납법과 같은 원리다.


마무리

여기서 수학적 귀납법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이 개념이 내 변화를 가장 잘 설명해주기 때문이다.

수학적 귀납법은 이렇게 진행된다.

  1. 첫 단계(Base step): n=1일 때 성립함을 보인다.
  2. 귀납 단계(Induction step): n번째에서 성립한다고 가정하면, n+1번째에서도 성립함을 증명한다.
  3. 따라서 모든 자연수 n에 대해 그 명제가 성립한다.

내 성장도 마찬가지다.

첫 단계: 첫 달에, 4시간 자기개발 + 4시간 업무만으로도 충분히 하루를 소화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처음에는 불안했지만, 오히려 더 집중할 수 있었고 결과적으로 더 많은 일을 해낼 수 있었다.
이것이 바로 n=1일 때의 성립 증명이다.

귀납 단계: 한 달, 두 달, 세 달이 지날수록 효율은 더 높아졌다.
오늘 배운 것이 내일의 성장을 보장하고, 그게 다시 다음 달의 성장을 만든다.
오전에 익힌 새로운 기술이 오후 업무에서 바로 활용되고,
그 경험이 다음날 더 발전된 사고방식으로 이어진다.

결국 이 방식은 단순한 실험이 아니라, 귀납법처럼 무한히 확장 가능한 성장 공식이었다.

지식의 연결

매일 조금씩 배운 것들이 서로 연결되면서 시너지를 만든다.
함수형 프로그래밍의 패러다임을 익혔더니 순수 함수의 개념이 더 명확해지고,
재귀 알고리즘을 배웠더니 트리 구조도 더 쉽게 이해하게 되었다.
이런 식으로 지식들이 서로 연결되면서 기하급수적인 성장이 일어난다.

결론

이제 동료들은 나를 보고 “어떻게 그렇게 빨리 일을 끝내지?”라고 묻는다.
“루팡 같다”고 농담삼아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그냥 웃는다.

루팡이라고 불러도 상관없다. 이 글을 보는 당신들보다 효율적으로 일한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왜냐하면 나는 매일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전에 배운 것이 오후에 바로 활용되고, 내일은 더 발전된 모습으로 시작한다.
이런 식으로 매일 매일 쌓여가는 성장의 귀납적 효과를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1.01을 365번 곱하면 약 37.8이 된다.
하루 1%씩 성장하면, 1년 뒤에는 37배의 차이를 만든다는 뜻이다.

돈으로 안 되는 게 없다지만, 그 중에서도 시간은 돈으로 살 수 없다.
그렇다면 더 똑똑하게 써야 하지 않겠는가?